3월 신학기를 앞두고 있지만 서울 명문 학군 일대 아파트 전세시장은 맥을 못 추고 있다. 통상 수능 이후 기존 전세 세입자들과 새 세입자들의 이른바 물갈이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올라가지만, 여전히 하락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1번지 대치·개포동이 있는 강남은 본격적으로 입주 물량이 풀리면서 하락세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1단지’ 전용 88㎡형은 이달 13일 보증금 8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 단지 같은 평형 전세 최고가는 2020년 5월 체결된 14억1500만 원이다. 이와 비교하면 3년 새 43%나 하락한 셈이다. 해당 평형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8억8000만 원과 비교해도 3개월 새 8000만 원이 내렸다.
목동의 또 다른 단지인 ‘목동한신청구’ 전용 84㎡형은 같은 날 전세 보증금 6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평형 최고 전셋값이었던 2021년 12월 10억5000만 원 대비 42% 빠졌다.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 관계자는 “이곳 일대 최근 전셋값 호가는 2~3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내려가다 보니 세입자들의 하락 기대감도 더 커지면서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줄다 보니 물건도 적체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세 물건은 총 91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865가구) 대비 5%, 1년 전(361가구) 대비 152% 각각 증가한 수치다.
또 다른 명문 학군이 있는 강남구 역시 전셋값 하락세가 짙어지고 있다.
대치동 은마 전용 84㎡형은 16일 전세 보증금 5억3508만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1년 전만 하더라도 6억~7억 원대에 거래가 됐었다. 현재 호가(집주인이 매도할 때 부르는 가격)는 최저 기준 4억5000만 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84㎡형은 12일 보증금 8억5000만 원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해당 가구 직전 계약이었던 2021년 9월 10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1년 4개월 새 2억 원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강남구 일대에 대단지 입주물량도 대거 풀리는 만큼 전셋값 하락세는 짙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전체 입주 예정물량 2만5729가구 중 강남에서만 25%(6371가구)가 풀린다.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는 3월,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는 5월에 각각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전세물량이 적체되면서 가격 하락이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세물건은 15일 기준 1205건으로 집계됐다. 이 단지 전체 가구의 3분의 1가량이 매물로 쌓여있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주요 학군지 일대 단지들은 전세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만 최근 금리가 높다 보니 월세로 갈아타는 사람들도 늘어 주춤하고 있다”며 “특히 강남구는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많아져서 전셋값뿐만 아니라 매맷값 역시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