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국책은행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시중은행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임상률에 희망퇴직 조건마저 온도차가 뚜렷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임금인상률은 0.9~1.4%였다. 이는 시중은행 임금인상률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 합의에 따라 3% 수준으로 결정됐다.
국책은행 임금 인상률의 경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해마다 벌어지는 격차에 직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성격이 짙은 기업은행의 경우 반발이 더 크다. 시중은행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3%대 임금인상은 물론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까지 지급한다고 하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만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예고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전망치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6700억 원 가량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2조4259억 원보다 약 10% 늘어난 규모다.
물론 기업은행도 시중은행의 성과급에 해당하는 업적 성과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시중은행처럼 이익에 따른 성과급을 책정하는 구조는 아니어서 기본급의 최대 200%까지만 지급된다.
기업은행 한 직원은 "임금인상률이나 성과급에서 매년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현재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시중은행과 연봉차이가 벌어졌다"며 "어려울때는 국책은행 역할이 중요하다고 치켜세우면서 막상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희망퇴직을 놓고도 국책은행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희망퇴직 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국책금융기관 희망퇴직자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를 퇴직금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경우 은행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3년치 급여에 퇴직격려금과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한다. 대략 3~5억 원가량이다.
이에 국책은행 직원들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회사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에 따른 인력적체 현상이다. 이에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들과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에 관련 논의가 진행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