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일에만 빗장을…되살아난 중국 사드 보복 악몽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1 17:08 수정 2023-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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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중국이 한국과 일본 입국자들을 상대로 ‘선택적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지난달 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중국 관련 산업과 관광 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는데요. 10일부터 관광과 단기 출장에 필요한 단기 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돼 ‘반짝’ 빛났던 업계 전망은 다시 꺼졌습니다. 한일 양국이 유감을 표한 가운데 중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멈추면 우리도 정책을 바꾸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코로나에 문 닫자 중국도 맞불…10일부터 단기비자 발급 중단

10일 중국이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한 중국행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했습니다.

앞서 중국이 8일부터 코로나19 관리 수준을 ‘갑(甲)’에서 ‘을(乙)’로 내리고 외국발 입국자 시설 격리를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습니다.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3차례에 걸쳐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해 ‘특별관리’를 했습니다. 중국 본토 입국자들은 72시간 이내 실시한 코로나19 진단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죠.

한국도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5일부터 중국인 대상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해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여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장기체류 중국인을 비롯한 중국발 입국자들은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결과 음성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입국 후에도 1일 이내 PCR 검사를 해야 하죠.

10일 한국인과 일본인의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 중단은 이에 따른 보복 조치입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 중국 방문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단기 방문 비자(S2)와 상업무역 비자(M)를 비롯한 개인 사정에 따른 비자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S2 비자는 취업 및 유학 등으로 중국에 머무는 가족을 만나거나 개인 사정으로 단기간 체류가 필요한 경우, M 비자는 비즈니스와 무역 활동을 하는 경우 필요합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소수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대등한 조치를 했다”고 얘기했습니다.

▲10일 중국의 비자 발급 정책 변경에 따라 공고를 갱신한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출처=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홈페이지 캡처)
▲10일 중국의 비자 발급 정책 변경에 따라 공고를 갱신한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출처=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홈페이지 캡처)

사드 악몽 반복될까…장기화 우려

산업계와 관광 업계는 긴장 중입니다. 지금 당장 피해는 크지 않겠으나, 사태가 길어질 경우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직전까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와 출입국을 강력하게 제한해왔던 만큼, 지금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많은 제조·수출 기업들은 물류망을 다각화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죠. 생산 시설 운영에 필요한 인원들도 대부분 현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찰나 보복 조치가 시작된다면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사드 보복의 여파가 3년 이상 지속했던 것처럼 이번 문제도 장기간 이어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앞서 2016년 7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로 당시 한국은 문화, 여행, 유통업계 전반에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업을 접고 중국에서 철수해야 했던 기업들도 있었죠.

특히 직접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건 산업, 유통, 항공, 관광업계입니다. 중국의 봉쇄 조치 해제 발표에 따라 생산 재개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모두 수포가 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항공사들은 해외여행이 늘자 일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중국 노선 증편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번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셈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추가 운행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죠.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식사 자리 등 대면 만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꽌시(關系·관계)’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제공=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제공=외교부)

한·일 유감 표해…UN도 “모든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비판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우려가 따릅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1일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고 조치 철폐를 요구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유엔도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한 대로 여행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과학적 근거, 오직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려를 말했죠.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과 한국 여행객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사무총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유엔 회원국들은 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입장을 표했습니다. 외교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변인을 통해 “어제(9일) 장관 간 통화에서 우리 정부 조치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한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중국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날 세종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신년 만찬 간담회에서 중국의 조치에 대해 “보복성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한 총리는 “우리가 지난번에 그런 것(한국의 중국발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결정할 때 제가 외교부로 하여금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중국 정부에 충분히 해명을 해주라고 했다.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중국의 상황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악화하면 곤란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1일 외교부에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다만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날 2023년 외교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변화를 봐서 언제까지 이러한 방역 조치를 유지할 것인지 판단하겠다”며 “전반적으로 한중 관계는 지금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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