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언론보도 판례‧법리 면밀히 검토”
신성식 “검찰권 남용…납득 못해” 비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의 대화를 거짓으로 꾸며 KBS 기자에게 전달한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5일 신성식(58)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 검사장에게 건네받은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오보를 주도한 이모(49) KBS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로 근무하던 2020년 6~7월 한 장관과 이 전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알려 두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신 검사장은 “한 검사장이 이 기자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취재를 적극 돕겠다며 보도시점을 조율했다.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명백하다.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구도를 짰다”며 허위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언 유착 의혹으로 불거진 두 사람의 대화 녹취록에서 한 장관과 이 전 기자가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KBS는 같은 해 7월 18일 신 검사장이 건넨 정보가 실제 두 사람의 대화인 것처럼 보도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검찰은 KBS가 문제의 녹취록을 입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 검사장의 발언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사실 확인이나 반론권 보장 없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KBS는 신 검사장이 녹취록에 나오는 대화라고 언급하지도 않은 총선 관련 발언도 한 장관과 이 전 기자의 대화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보도에 관여한 또 다른 KBS 기자 2명은 기소 유예했다. 함께 고발된 KBS 간부들은 데스킹 과정에 관여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지난해 9~10월 신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해 KBS 기자의 전자기기에 저장된 기록, 신 검사장이 근무했던 서울중앙지검 청사 출입내역 등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신 검사장은 지난해 8월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까지 혐의를 부인하다가 연이은 소환조사에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언론 보도의 책임과 한계에 관한 판례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신 검사장과 이 기자 모두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신 검사장은 검찰의 기소 처분에 반발하며,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이번 기소는 사실관계로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한동훈 전 검사장이라는 점에서 검찰권이 사적으로 남용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