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형식 놓고 샅바 싸움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 여야가 한 달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여전히 논란의 본질인 여성부 기능 철폐에서 벗어난 명분 싸움에만 골몰했다. 국민의힘은 여성에 한정된 부처가 아니라 인구·미래 사회로까지 확장한 본부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가족부를 존속, 확대개편 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성부’ 기능을 존치하자는 방향은 같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여성을 포함해 인구·미래 사회에 대한 부분을 크게 확장해서 이 기능을 다른 부서로, 저희는 본부로 보내는 이런 개념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을 두되, 해당 기관에서 인구와 미래 분야도 도맡아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거나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총체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 또 성적인 차별, 그리고 임금 격차와 같은 구조적인 차별 존재한다”며 “최근 10대나 20대들은 오히려 정반대의 역차별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여성의 차별을 막되 세대별로의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부를 정부조직에서 어떤 형태로 유지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여성가족부 ‘부처’가 아닌 본부를 개설해 운영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복지부 내부에 여성·가족 정책을 담당할 본부를 신설하게 되는 것이다. 여당 소속 의원 115명의 동의를 얻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함으로써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힘을 실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장은 차관보다 높은 장관급”이라며 “여성가족부가 폐지돼도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여성가족부가 ‘본부’ 형태로 바뀔 시 기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다. 김 의장은 통화에서 “장관급 부서로 기능을 확대 개편하자는 것이 우리의 안이고, 국민의힘은 보건복지부 내에 차관급을 둬 기능을 축소하고 통합하자는 것이다. 취지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장관급’ 직책의 본부장도 해외에서만 통상장관으로 인정을 받을 뿐 실제 정부조직법 직제로는 ‘차관급’으로 기능이 축소된다고 보고 있다.
여야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명분 싸움으로 번진 상황에서 우리는 원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라며 “협상한다면,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전체 틀은 유지한다는 방향에서 본부장의 권한을 좀 더 부여한다든지 등의 변형을 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단계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입법화하는 점진적 타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김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견이 안 좁혀지면 당분간 평행선으로 갈 수도 있겠다”며 “단계적으로 합의 가능한 것부터 입법화할 것인지, 일괄 타결할 것인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국가보훈처의 부(部) 승격, 재외동포청 신설 등에서는 큰 이견 없이 공감대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