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한 증시를 떠난 동학개미가 채권개미로 변신해 채권을 사상 최대 규모로 쓸어 담았다. 이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지 이목이 쏠린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20조6113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2021년 전체 순매수 규모(4조5675억 원)보다 무려 4배 넘게(351.26%) 증가했다.
주식 호황기였던 팬데믹 전에도 개인의 채권 매수세는 크지 않았다. 과거에는 △2017년(3조9565억 원) △2018년(4조3190억 원) △2019년(3조8000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미국발(發) 고금리 기조로 금리는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자 채권 투자 열풍이 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채권에 투자했다가, 올해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즈음 채권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경기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채권이 안전자산에 꼽힌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채권 신용도가 제일 높은 축에 속하는 국채의 순매수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해 개인은 국채를 2021년(662억 원)보다 45배가 넘는 총 2조9861억 원을 쓸어 담았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생긴 존속기한형 채권 ETF를 예‧적금처럼 사용하려는 개인 투자자가 많았다”며 “관련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자금도 많이 모인 편이라 내부에서 긍정적 성과로 평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존속기한형 채권 ETF인 ‘KODEX 23-12 은행채(AA+ 이상) 액티브 ETF’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출시했음에도 현재 순자산 총액이 6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같은 날 출시한 ‘KBSTAR 23-11회사채(AA-이상) 액티브 ETF도 현재 3965억 원의 순자산 규모를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인의 채권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이후 정부 정책 구체화와 함께 비우량 채권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전까지 다시 높아진 장기채 투자 매력을 감안해 국고10년 3.8%와 국고3년 3.7%대를 매수영역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 올해부터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회사채에 투자해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 매력도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