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환자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 호스피스 의료기관 소속 의사 A 씨와 간호사 B 씨 등의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의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망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나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 직접 환자를 대면해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며 "간호사는 의사 등 개별적 지도ㆍ감독이 있더라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외래진료나 퇴근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입원해있던 환자가 사망하면 B 씨 등 간호사들에게 사망 여부를 확인하고, A 씨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작성ㆍ발급하도록 지시했다. B 씨 등 간호사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A 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료법 27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 외에는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법에 '의료행위'가 명시돼 있지 않은 탓에 간호사들의 사망 진단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재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과 2심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이들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은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안 후 사망진단서 작성ㆍ발급은 간호사가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일지라도 말기 암 환자들이 머무는 호스피스 의료기관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의료기관이 비영리로 운영된 데다 종사자들이 봉사 개념으로 의료행위를 해왔다는 점을 참작했다.
2심은 "적법한 절차를 지켜 (의사가) 환자를 검안하고 검안서를 발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사건 정황을 고려해 A 씨에게는 벌금 100만 원을, 간호사들에게는 벌금 30만 원씩을 부과하고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 진단 전에 이뤄지는 '사망 징후 관찰'은 의료법이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간호나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간호사가 의사 입회 없이 환자의 사망 징후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ㆍ발급한 행위는 사체 검안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