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회 원안 99.3% 가결...사외이사 여전히 ‘거수기’ 노릇

입력 2022-12-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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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공익법인 이사등재율 66.7%..."편법적 지배력 강화 악용 우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원안가결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 감시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하 공시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지정 67개 공시집단 소속 2521개(상장사 288개ㆍ비상장사 2233개) 회사다.

우선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시집단 소속 상장사(288개)의 전체 등기이사 중 사외이사는 51.7%로 전년 대비 0.7%포인트(p) 증가했다. 이는 상법 등 법상 최소 선임 기준 보다 총 114명을 초과해 선임한 것이다. 비상장사는 법상 사외이사 선임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비상장사 중 6.4%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최근 5년간 95%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느는 추세지만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8027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7972건)였다.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의 비중은 0.69%(55건)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나 '예스맨'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총수 있는 58개 공시집단 소속회사 2394개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4.5%(348곳)으로 전년보다 0.7%p 줄었다. 총수 본인 이사 등재회사 비율도 4.7%에서 4.2%로 0.5%p 감소했다.

전체 등기이사 8555명 중 총수 일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5.6%(480명)로 전년보다 동일했다. 총수 일가는 주력회사(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ㆍ해당 회사가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에 집중적으로 등재가 돼 있었다.

주력회사 중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37.1%,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에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34%로 전체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14.5%)를 크게 웃돌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5.3%였다.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전체 미등기임원 직위의 58.4%)에 집중적으로 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감소하고,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은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는 권한에 비해 책임 경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66.7%로 계열사 주식을 미보유한 공익법인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35.7%)을 크게 웃돌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공익법인이 본연의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에 활용될 우려가 있는 대목"이라며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의결권 제한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에 실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말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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