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쏘카’가 IPO(기업공개) 5개월째를 맞았습니다. 이쯤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앞세워 더 나은 내년을 다짐할 만도 한데, 사정은 그렇지 못해 보입니다.
이들은 출발부터 “차가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지요. 주 사업이 ‘한 대의 차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빌려 쓰는…’, 이른바 카셰어링 서비스입니다. 집 근처 주차장 등에서 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다는 게 일반 렌터카와 다른 점이지요.
그렇게 다양한 혁신을 앞세워 지난여름 쏘카는 조(兆) 단위 IPO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의 진짜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공모 과정에서 일어난 불필요한 잡음 탓이겠지요. 예컨대 쏘카는 공모 때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비교군 선정 과정에서 국내 1위 렌탈업체인 롯데렌탈이 아닌, 우버나 리프트, 그랩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기준점으로 삼았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공모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업공개 시점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다 보니 돈의 가치가 하락했고,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를 차곡차곡 인상하던 시점이었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냉정한 자본시장은 상장 한 달 만에 이들의 주가를 공모가 대비 ‘반 토막’ 내버렸습니다. 3분기 호실적을 기반으로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구조적 흑자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됐음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했습니다.
고백건대 이들의 서비스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29년째 자가운전자로 살고 있는 데다, 필요할 때면 대중교통이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온 덕이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쏘카에 대한 갖가지 제보와 불만 등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곱씹어보고 그 배경을 가늠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나 이들에게는 시스템만 존재하고 정작 서비스는 없다는 제보가 대부분이었지요.
예컨대 쏘카를 이용하는 고객은 차가 머물러 있는 주차장에서 차를 수령합니다. 당연히 출차 때 부과되는 수십만 원의 주차비는 고객이 낼 필요가 없습니다. 쏘카 측에서는 이를 고객이 먼저 지급하면 나중에 환급해주는 시스템을 운용 중인데요. 규정상 영업일 기준 3~7일 이내에 환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제보를 받아 확인한 사례 가운데 이 환급을 2개월째 받지 못하는 고객도 존재했습니다. 꼼꼼하게 챙기지 않는다면 환급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환급 과정에서는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쏘카는 환급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먼저 고객에게 연락해 “전자 영수증으로 증빙할 수 없으니 종이 영수증을 제출해달라”고 안내하지도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모빌리티 혁신을 외치던 플랫폼 기업이지만 환급 과정에서는 전자영수증 대신 종이영수증만 요구합니다. 쏘카 관계자는 “종이영수증은 위변조가 어렵지만, 전자영수증은 이른바 포토샵 등으로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양새여서 씁쓸했습니다. 전자영수증을 거부하는 것 역시 그들 스스로 쌓아 올린 IT 시대의 효율성을 그들 스스로 믿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이들의 어두운 면면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시스템의 부재’ 나아가 ‘서비스의 질적 하락’에 모입니다. 이 정도면 고인 물에 허덕이는 동네 렌터카 업체와 다를 게 없는 수준입니다.
업무 특성상 세종시에 자주 내려간다는 고위직 공무원도 최근 쏘카를 이용했다가 비슷한 낭패를 겪었습니다. 그리고선 씁쓸한 여운을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쏘카요? 꽤 유명한 미쉐린 맛집에서 나무젓가락으로 밥 먹는 기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