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과목 만점자가 3명 나왔다. 세 명 모두 과학탐구영역 선택자였다. 국어가 수학에 비해 훨씬 쉽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0점 이상 벌어졌는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에 대해 “국어 영역에서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했던 문항들이 제 기능을 못했다”고 밝혔다.
8일 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채점결과, 국어와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작년(149점)보다 15점 낮아졌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147점)보다 2점 낮은 145점이다. 수능 만점자는 총 3명이며 모두 과학탐구에 응시했다.재학생 2명, 재수생 1명이다.
올해 수능에서는 ‘불수능’이었던 지난해 수능보다 만점자가 2명 늘었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인문계열 반수(대학 재학 중 재수)생 김선우씨가 유일한 만점자였다. 김씨는 고려대 행정학과에 다니다 수능을 다시 보고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특히 자연계열에서만 만점자가 3명으로 확인되며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선택과목간 등급 격차’에 따르면 이번 수능 가채점 결과를 기준으로 1등급 차지 비중을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에서는 이과생이 다수 선택하는 ‘언어와 매체’가 67.0%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채점을 바탕으로 추정할 경우 1등급의 약 80%가 자연계열이라는 게 종로학원의 설명이다.
수학 영역에서는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가하’가 88.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열에서만 만점자가 3명 나왔다는 것은 모든 과목에서 이과 학생들이 우세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수학 영역 1등급의 90%도, 국어 영역 1등급의 80%도 자연계열이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 채점위원장(부산교대 교수)은 “국어는 6·9월 모의평가(모평)와 지난해 수능에 비해 평이했고, 수학은 모평 및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였다”며 “영어나 사회·과학탐구 영역 등도 과목별로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유사했다”고 했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올해 상대적으로 컸다”며 “난이도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반영해서 영역별·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앞으로 이런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