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이혼 소송이 5년 5개월 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가운데 약 649만 주에 대한 재산 분할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특유재산'으로 봤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 부장판사)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여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하지만 최 회장이 2015년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 존재를 인정하며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법적 절차를 밟았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결국 이혼 소송에 돌입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태도를 바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1297만5472주 가운데 648만7736주를 분할하라고 청구했다. 최 회장 지분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 회장은 해당 지분이 부친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ㆍ상속으로 취득한 SK 계열사 지분이라는 이유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은 결혼 기간이 34년 지속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여ㆍ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노 관장은 올해 2월 법원에 "최 회장 주식 중 약 650만 주를 처분하지 못하게 보전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해 1심 선고 전까지 최 회장의 SK㈜ 주식 27%(350만 주)에 대해 처분을 금지했다.
법원은 SK㈜ 주식을 최 회장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전부터 보유한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부부가 각자 관리ㆍ사용한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재판부는 "노소영 씨가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최태원 씨가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소영 씨 재산만이 분할대상"이라며 "혼인생활 과정과 기간, 분할대상 재산 형성 경위 등을 고려해 최태원 씨가 노소영 씨에게 총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분할을 명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