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또 올랐는데…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은행권 '눈치게임'

입력 2022-11-24 16:16 수정 2022-11-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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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3.25%…첫 6회 연속 금리 인상
금융당국 “은행권, 과도한 금리 경쟁 자제 당부”
5대 은행 “수신금리 인상 내부 검토 중”

한국은행이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은행권은 수신금리 인상을 앞다퉈 발표하던 이전과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딜레마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4%대 후반대다.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이날 기준 연 5.0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5월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3%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6개월 만에 2%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이는 한은이 앞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한 데 따라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심화한 결과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3.25%로 결정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기존 거래 고객을 유지하고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앞다퉈 올린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도 올랐다.

앞서 지난달 12일 한은이 ‘빅스텝’을 결정했을 때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에 기준금리 인상분을 즉각 반영했다.

NH농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 당일, 거치식 예금금리를 0.50%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를 0.50~0.70%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9개의 정기예금과 27개의 적금금리를 최대 1.0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날 은행권 분위기는 앞선 기준금리 인상 결정 때와는 달리 조심스럽다. 5대 은행 측은 수신금리 인상과 관련해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은 이날 오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과 시장 상황을 따져 다음 주 중 수신상품 금리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 같은 날 오후 “아직 확실히 수신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 검토 중”으로 입장을 바꿨다.

은행권의 이 같은 모습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전날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ㆍ소통 회의를 열고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업권의 과도한 예ㆍ적금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달 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이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5%를 넘어섰다.  (뉴시스)
▲이달 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이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5%를 넘어섰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권고한 것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ㆍ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한다. 변동형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의 상승은 곧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출금리 인상은 취약차주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한 가운데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환능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은행업계가 이전처럼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곧바로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업계는 당국의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폭 감소에 따라 전보다 예금금리 인상 폭이 줄거나 인상 결정을 보다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리 인상 자체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 수신금리 인상에 대한 검토를 더 세밀하게 하고 있다”며 “당국의 권고도, 고객의 편의도 무시할 수 없어 그 사이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금이탈을 막으려면 수신금리를 무조건 동결할 수 없다”면서도 “수신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은행채 발행 축소,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따라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더라도 좀 시간을 두고 나중에 인상 여부나 인상 폭 등을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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