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올해 서울 집주인들은 한껏 오른 공시가격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고, 재산세 산정 때 사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과세표준에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비율) 인하도 유지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에 마련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치와 더불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종부세 세제 개편안이 개정되면 국민 보유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에 맞춰 공시가격과 재산세 계산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모두 낮추면 내년도 주택 보유세는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이날 이투데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시세 17억1500만 원 수준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은 인하된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45%를 모두 적용하면 내년도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총합계는 361만4281원으로 계산됐다. 재산세는 총 311만8185만 원에 종부세 49만6069원 등으로 산출됐다.
만약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에 따라 내년도 공시가격을 인상하고 한시적 할인 이전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하면 해당 평형의 내년도 보유세는 499만 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이번 정부의 세 부담 완화 조치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형 1주택 보유자는 내년에 약 138만 원의 세금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평형의 보유세 총합은 437만 원으로 2020년 보유세 343만3752원 대비 27.3% 급증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인하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45% 수준을 적용하면 내년 보유세는 2020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시세 23억5000만 원 수준인 서울 강남구 ‘은마’ 전용 84㎡형 1주택 보유자는 기존 계획대로라면 약 876만 원 수준의 보유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약 653만 원의 보유세만 내면 된다. 같은 평형의 은마아파트 1주택 보유자는 올해 730만 원의 보유세를 부담했다.
초고가 아파트로 분류되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형 1주택 보유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2980만 원에서 2294만 원으로 보유세만 686만 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탄력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무조건 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상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기존 60%)로 인하하는 방안은 일단 행정안전부와 내년까지 (유지하겠다는) 논의를 했다”며 “(이후 확정 비율은) 내년도 하반기에 결정해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정은 일부에서 나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사실상 폐기는 아니다”면서 “세금 부과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접근이 무리하다고 봐 수정한 것이고 폐기 선언은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과 재산세 제도 개선안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의 빠른 상승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공시가격에 대한 시세 반영비율 장기 로드맵 하향 수정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 추가 방안 등을 보완해야 주택 거래량 반등과 집값 상승 반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