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 주택가격 여름철 이후 하락
동유럽 등 금융시스템 불안 고조
특히 한국은 시장 침체가 가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닛케이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약 2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약 두 배 올랐고 서울시 아파트 가격은 엔화 환산으로 1억 엔(약 9억6000만 원)을 웃돌고 있어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계약을 맺은 가구가 많다”며 “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여서 이자 부담 증가가 가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다른 나라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고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저금리를 살려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늘면서 OECD 회원국의 현재 평균 주택가격은 2019년에 비해 35% 올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중앙은행들이 반대로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부동산시장도 호황에서 불황으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UBS는 “전 세계 25개 대도시의 올해 중반 모기지 금리가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뛰었다”며 “주택 가격은 앞으로 현저한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7%를 넘으면서 21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모기지 신청 건수는 1997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엔리케 마르티네스-가르시아 이코노미스트는 15일 보고서에서 “모기지 금리 급등에 향후 집값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북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기요금 등이 폭등한 것이 주택수요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집값은 3월 고점을 찍고 나서 9월까지 11%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호주 경제와 금융정책 모니터링에서 “호주 집값 하락세가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 떨어져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동유럽은 폴란드 10위 은행인 게틴노블이 9월 구소련 시대 이후 최대 규모인 약 22억 달러의 공적 지원을 받는 등 부동산시장 침체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폴란드에서는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스위스 프랑 기반의 모기지가 유행했지만, 자국 통화인 즈워티 가치가 프랑에 대해 하락하면서 상환할 수 없는 개인이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 주택 가격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은행 경영을 뒤흔들고 있다.
영국 부동산서비스 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자산 가치는 2020년 시점에 250조 달러로 증시(약 100조 달러)의 2.5배에 달한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와 투자 감소, 여신 기준 엄격화 등 역풍이 겹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p)에서 1.3%p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