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의 행보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할 이유는 그의 막대한 부와 권력 때문이다. 빈 살만의 별명은 ‘Mr. Everything(미스터 에브리싱)’.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빈 살만은 부와 권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권력에 가깝다. 그의 추정 재산은 2조 달러로 이날 환율 1342원을 적용하면 약 2690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약 604조 원임을 고려하면 4년 치 국가 예산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절대 왕정국가인 사우디에서 빈 살만은 1985년생 젊은 왕세자다. 1935년생으로 고령인 아버지를 대신한 실질적 통치차로 평가받는 이유다.
빈 살만의 방한 목적은 한국과 모든 분야에 걸친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재계 총수와 차담회 형식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과 크고 작은 협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는 빈 살만이 주도하는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 5000억 달러를 투입해 신도시를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기존 해외 진출 기업은 물론, 대형사 모두 수주 기회가 열려 있어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성과도 쏟아진다. 한전과 삼성물산 등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 개발을 위한 약 9조 원 규모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경기가 어려워 해외 수주를 통한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환율이나 유가를 고려하면 네옴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충분한 만큼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가 사우디 진출 ‘대어’를 낚기 위해선 빈 살만 방한이라는 장밋빛 현실에 취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유럽 기업의 입김이 강한 곳으로, 그동안 알짜 사업은 유럽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며 “한국 기업은 사업 규모만 크고 수익성 낮은 사업만 수주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빈 살만의 방한을 반기는 동시에 경계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