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통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20일이라는 정 실장의 구속기간이 이 대표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 △부패방지법 위반·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을 받는 정 실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이날 오전 2시 50분께 나왔는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시작 시간을 감안하면 12시간을 넘긴 셈이다. 특히 이번 구속 심문 시간은 이례적으로 길었다. 심문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무려 8시간 10분이 걸렸다. 이는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무수 등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대 최장' 심문과 맞먹는 수준이다.
검찰은 정 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으로부터 1억4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가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함께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428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도 적용했다.
정 실장의 구속은 이 대표를 향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을 의미한다.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돈을 건네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동시에 정 실장과 이 대표가 가까운 사이를 넘어서 ‘정치적 공동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대장동 일당에 이어 정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 수사의 다음 단계는 이 대표인 셈이다.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기간인 향후 20일 동안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증명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앞서 발부된 영장과 공소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와 ‘대장동 일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대장동 개발’ ‘위례신도시 개발’을 추진해야 했던 이 대표와 부당 이득을 챙기려는 민간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닿았다는 것이다.
또, 앞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았다는 ‘대선 경선 자금’이 실제로 이 대표에 흘러갔는지, 그리고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검찰이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장동 일당 진술에만 의존한다’는 지적 역시 검찰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정 전 실장 측과 민주당은 검찰이 뚜렷한 증거 없이 유 전 실장과 남 변호사 등의 증언, ‘정영학 녹취록’에 따라 혐의를 구성한다고 비판한다. 뇌물이 은행 계좌 이체를 통해 오간 게 아닌 만큼 검찰은 확실한 증거를 찾아 이들의 혐의를 보여줘야 한다.
현재 검찰이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물증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모두 확인하고 향후 공판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투기 때문에 기소는 물론 공소유지 등을 고려해서 증거 수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가 석방되는 것도 검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 변호사와 김 씨는 각각 21일, 24일 자정에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이들이 석방된 뒤 유 전 본부장처럼 폭로전을 이어갈 경우 이 대표의 책임을 부각하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