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 350억 파운드 줄이고 200억 파운드 세수 더 확보
G7 중 일본과 함께 마이너스 성장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도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증세와 지출 삭감을 통해 약 550억 파운드(약 88조 원)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는 것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지출은 350억 파운드가량 줄이고, 세율을 조정해 200억 파운드 규모의 세수를 더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헌트 장관은 긴축과 증세가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모두가 세금을 조금씩 더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은 두 달 만에 정부 예산 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하게 된다. 9월 트러스 전 총리는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내놨다. 감세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른바 ‘트러스노믹스’ 발표 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급기야 트러스 총리는 45일 만에 사임하면서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트러스 후임으로 첫 비백인이자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가 된 수낵은 첫 연설에서 전임자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시장 신뢰를 되찾기 위한 예산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수낵 정부는 예산안 발표를 한 차례 미루며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이미 긴축으로의 방향 선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10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1% 오르며 4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본과 함께 올 3분기 역성장한 두 국가 중 하나다. 영란은행(BOE)은 “영국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의 긴축 행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레이트 리세션(2007~09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직후인 2010년 영국 정부의 긴축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이 1%가량 감소했다.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소비심리가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감소에 따른 공공 서비스 축소로 더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