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위탁매매·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손실
키움증권, 영업익 -44.15% 반 토막에도 3위 올라
증권사 CEO들, 실적 부진에 연임도 '불투명'
상반기 실적부진을 겪은 증권사들이 3분기 실적도 지난해보다 ‘반의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침체와 금리 상승의 여파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80%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2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 제출 마지막 날인 전날 일제히 성적을 공개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 12곳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 3곳(SK증권, 한양증권, DB금융투자)의 실적이 가장 크게 악화했다.
SK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2.5% 감소한 85억8326만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거래대금이 축소하면서 위탁매매 영업 수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42.68% 감소한 519억3400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의 배경이다. 이밖에 인수 영업, 금융상품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다른 중소형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DB금융투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87억3372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4% 쪼그라들었다. 부문별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유동화업무(ABCP)의 감소 폭이 마이너스(-) 40억4100만 원으로 가장 컸다. 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진 영향이다.
한양증권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 감소한 54억2479만 원으로 집계됐다. 유안타증권은 7일 한양증권의 목표 주가를 1만1000원으로 약 15% 하향 조정하며 “신규 PF 중단으로 인한 외형 감소를 우려할만하며 시간이 갈수록 만기 도래와 함께 실적이 감소할 것이다. 부동산이 하강 국면에 진입하면 한동안 감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대형 증권사 10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KB·신한·하나·메리츠·키움·대신) 중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의반 토막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내놓은 곳들이 있다. 대신증권(81.7%), 신한투자증권(78.86%), NH투자증권(76.6%), 한국투자증권(76.01%) 등이다.
키움증권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4.15% 감소하며 반 토막이 났음에도 상위권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2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3.1%, 47.63% 증가한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이 차지했다. 메리츠증권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8000억 원을 넘은 유일한 증권사로 ‘1조 클럽’에 나 홀로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엇갈린 실적을 받아들면서 회사별 CEO 교체 여부에도 촉각이 쏠린다. 통상 3분기 실적은 임원평가의 대표 잣대로 활용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4곳의 CEO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임기 만료를 맞는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2월 말 임기가 끝난다.
내년 3월에는 미래에셋증권, 한투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을 비롯해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SK증권, DB금융투자 등 중소형사 CEO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에는 증시 활황의 수혜로 대다수 CEO들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실적 부진, 부동산 PF 사태 등에 따라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긴장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