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허브’ 런던의 추락…유럽 최대 증시 ‘왕관’, 파리에 빼앗겨

입력 2022-11-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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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증시,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 파리에 추월 당해
브렉시트 영향·리즈 트러스발 감세 파동 여파
파리는 럭셔리 브랜드 강세가 호재

‘글로벌 금융허브’로 손꼽혔던 영국 런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런던증시 시가총액 규모가 급감하면서 유럽 최대 증시라는 지위를 프랑스 파리에 내주게 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주식시장 전체 시총이 2조8230억 달러(약 3722조 원)를 기록해 영국(2조8210억 달러)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증시가 영국을 추월한 것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파리증시 CAC40지수는 47% 오른 반면, 런던 FTSE100지수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 런던이 몰락하고 있다는 또 다른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했던 2016년 당시 런던증시 시총은 파리보다 약 1조4000억 달러 더 많았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달러화 대비 파운드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된 데다가 에너지 위기, 두 자릿수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불러온 감세 파동이 겹치면서 런던 금융시장 전반이 크게 위축됐다.

그나마 대기업은 선방했지만, 중소기업과 소비재 기업들은 영국의 경제적 혼란 직격탄을 받았다. 실제로 대기업 중심의 영국 FTSE100지수는 올해 들어 0.4% 하락한 반면, 중형주 중심의 FTSE250지수는 올해 17% 떨어졌다.

▲영국 런던 빅벤 뒤로 석양이 보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영국 국기 모양이 담긴 우산을 들고 있다. 런던(영국)/AP뉴시스
▲영국 런던 빅벤 뒤로 석양이 보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영국 국기 모양이 담긴 우산을 들고 있다. 런던(영국)/AP뉴시스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마이클 손더스는 “영국 경제 전체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구히 훼손됐다”면서 “브렉시트로 인해 잠재 생산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삭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을 거느린 케어링(Kering), 에르메스 등을 비롯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들이 약진하면서 파리증시 시총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LVMH 주가는 최근 6개월간 22% 올랐고, 에르메스는 37% 뛰었다. 최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현지 쇼핑객들의 지출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럭셔리 브랜드 주가를 한층 띄웠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에 중국인 쇼핑객은 전 세계 명품 수요의 약 35%를 차지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 폭이 파운드보다 크지 않았던 점도 두 나라 증시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요소로 작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9.2% 하락했지만, 파운드화는 13% 떨어졌다.

영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BOE는 영국 경기침체가 2024년 중반까지 2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1920년대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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