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모씨(33)는 6년여 간 근무한 증권사에서 짐을 쌀까 고민중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구조조정 얘기가 남일 같지 않아서다. 박씨는 레고랜드발 부동산PF 때문에 흔들리는 증권사를 보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지만 차라리 일찌감치 떠나는 게 앞으로를 위해서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증시 부진과 자금시장 경색이 겹치면서부서 통폐합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칼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아침 개장 직후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 본부, 리서치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고지했다. 이번 구조조정에 따라 계약 연장이 불가한 인원은 약 25~30명 규모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들은 전날까지도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갑작스런 결정이 아닌, 여러 해 전부터 법인영업과 리서치 본부에 대한 고심을 해왔다”라며 “오늘 아침 회의에 들어가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전달을 받았다. 조직 구조개편, 인력 효율화를 통해 IB(투자은행) 위주의 전문투자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여의도 증권가에선 일부 증권사의 감원 비율이 담긴 정보지가 빠르게 유포되면서 감원 공포가 확산했다. 대다수 증권사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유동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증권업계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올해 초부터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해 비용을 통제하고 위험 관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선 우려감이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증권사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반 토막 이상 줄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NH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가 연봉제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연봉제 전환 추진을 위해 직원들의 찬반 의견을 듣고 있다.
올겨울 여의도 증권가에 불어닥칠 한파는 매서울 전망이다.
살아남으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조치 발표 이후 BNK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는 등 자금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증권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인가 단위별 필요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