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출시해도 주가ㆍ실적 하락…"재미 없는데, 반복작업 피로감"
올해 게임사들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축소와 운영 미숙에 단호해진 이용자들의 외면이 매출 하락의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를 뒤집을 ‘강력한 한방’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일각에서는 게임들이 특정 장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재미’가 없어 매출 하락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묵직한 비판도 나온다.
◇3분기 실적 키워드 ‘흥행 신작 부재’= 게임사들의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맏형인 넥슨은 개선된 실적을 기록해 체면을 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엔씨 소프트는 영업이익이 축소, 넷마블은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에는 매출액 9274억 원 이상, 영업이익 2907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지난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8월 서비스를 시작한 ‘히트2’ 등이 흥행해 양호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신작이 없는 상태에서 매출을 견인하던 ‘리니지2M’의 부진으로 증권가 전망인 매출액 5727억 원, 영업이익 1042억 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분기 매출액은 7903억 원, 영업이익은 2442억 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매출액 6290억 원, 영업이익 1230억 원으로 모두 감소한 바 있다. 3분기에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1분기부터 영업적자에 들어선 넷마블도 영업이익으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넷마블은 1분기 매출 6315억 원에 영업적자 119억 원, 2분기 매출 6606억 원에 영업적자 345억 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7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게이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영향이 컸다. 신작 개발이 늦어지는 펄어비스, 신작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 등 중소형 게임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신작 내놔도 주가 하락 = 시장 환경은 전과 달라졌다. 대형 게임사가 신작을 내놓아도 곧바로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신작 발표 직후 주가가 폭락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블레이드&소울2’를 출시한 뒤 주가가 대폭락했다. 당시 엔씨 소프트의 주가는 신작 출시 직전 최고 86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블레이드&소울2’가 나온 뒤 60만 원대까지 급락한 뒤 그해 10월 55만5000원을 찍었다.
새 게임임에도 엔씨소프트에 영광을 가져다줬던 리니지 시리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게이머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후속작으로서 원작과의 유사함보다는 리니지와 같이 이용자들의 과금 유도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출시 후 주가 하락은 ‘리니지W’의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반복됐다. ‘리니지W’를 출시한 직후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50만 원대였던 주가는 출시 일주일 뒤 최고 78만6000원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가는 매달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당시 80만 원에 근접하게 올랐던 것도 리니지W의 흥행이 아닌 다른 횡령사건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주가는 30만 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중국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야심 차게 내놨다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1조6000억 원 증발하는 참사를 맛봤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 찾을 때=재미를 버리고 돈을 좇는 게임사들을 향한 게이머들의 대응은 이전보다 단호하고 적극적이 됐다. 노골적인 과금 유도와 미숙한 운영, 오류 발생 후 눈가림식 보상과 같은 게이머를 무시하는 태도에는 트럭시위, 마차시위 등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단체로 지갑을 굳게 닫아 즉각적인 매출 하락을 일으켜 게임사에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결국, 등돌인 게이머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K 게임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다른 장르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지속해야 하거나 돈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들도 많다”고 짚었다. 돈 되는 성공공식에만 끼워맞춘 한국형 MMORPG의 한계가 극명하다는 시각이다.
MMORPG 장르라면 재밌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게이머들은 여전히 MMORPG를 선호한다”며 “모바일 MMORPG라도 재밌다면 문제없다”고 밝혔다.
한편, 발표를 앞둔 신작들의 흥행 여부는 각 게임사의 내년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게임사들은 다음 달 개최되는 ‘지스타2022’에서 다양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메인스폰서로 참가하는 위메이드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나이트 크로우’를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와 ‘워헤이븐’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넷마블은 ‘나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파라곤:디 오버프라임’, ‘아스달 연대기’, ‘하이프스쿼드’ 등을 공개한다. 네오위즈가 선보일 ‘P의거짓’은 게임스컴 3관왕에 오르는 등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