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다고 좋아했는데"...이태원서 아들 잃은 미국인 아빠의 후회

입력 2022-10-31 13:23 수정 2022-10-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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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이태원 참사서 아들 잃은 아버지 사연 소개

▲한국 이태원 거리를 30일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 서울/타스연합뉴스
▲한국 이태원 거리를 30일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 서울/타스연합뉴스
스티브 블레시는 8월 애틀랜타 공항에서 활짝 웃던 아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기심 많던 아들은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 입학 후 해외를 경험하고 싶어했다. 꿈이 이뤄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닫히면서다. 올 가을 드디어 기회가 왔고, 아들 스티븐은 빨리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어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부모를 향해 스티븐은 미소 지었다. 아빠 블레시는 아들을 안아줬다. 그게 마지막 포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티븐은 해외 대학에서 두 달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8월 한국에 들어왔다. 블레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스티븐은 외향적이고 모험심이 가득한 아이였다”며 “이번 한국 여행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첫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보이스카우트 최고 영예인 이글스카우트에 선정될 만큼 활동적이었던 스티븐은 해외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품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 시절,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건 작은 소망을 실현하는 일이자 더 큰 꿈을 꾸기 위한 길이라 확신했다.

오래 기다려 도착한 한국에서 차곡차곡 추억을 쌓았다. 스티븐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왓츠앱’을 통해 가족들에게 종종 소식을 전했다. 좋은 건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다. 제주도 여행 중 찍은 바다 영상을 엄마, 아빠, 조이 형과 공유했다.

지난주 아빠에게 들뜬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중간고사가 끝나 친구들과 놀러갈 거란 얘기를 전했다. 이태원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였다. 아빠는 “조심해, 사랑한다”고만 말했다. 아들과의 마지막 문자였다.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을 거란 생각 뿐이었다. 29일 아내와 마트에 들렀다 집에 도착했을 때,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서 무슨 일 났는지 봤어? 스티븐은 괜찮대?”

블레시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트위터에 아들 사진도 올렸다. 혹시라도 소식이 들려올까, 마음이 타들어갔다. 계속된 시도 끝에 마침내 아들 핸드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이었다. 한국 이태원에서 아들 핸드폰이 발견됐다는 말이 들려왔다. 친구들은 스티븐이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는 말을 전해줬다. 자신들은 빠져나왔는데 스티븐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발 병원에 안전히 있어주길’ 아빠는 간절히 빌었다.

세 시간 정도 흘렀을까. 오후 11시반쯤 한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사관 측은 “두 분 자리에 앉아 계시냐”고 물었다. 블레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고 했다.

가족은 무너져내렸다. 블레시는 “상상조차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우리 아이가 우리와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다는 고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일이 계속될텐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빠는 아들을 해외에 보낸 걸 후회했다. 아들이 너무도 가고 싶어했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삶이란 걸 알면서도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에 괴로웠다. 한국에 가는 아들에게 “그곳에 있는 너를 보호할 수가 없다”고 말했던 아빠는 그 말이 현실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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