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에도 어김없이 은행권의 '실적 잔치'가 벌어졌다. 악화되고 있는 경영여건 속에서도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은행들은 되레 '좌불안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이 불확실한 경영여건에도 시장 안정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은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A은행 oo지점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고객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리가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며 소리를 지르는 고객들은 양반이다. 일부 고객들은 막무가내로 은행이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이나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도 시원한 답변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답변을 상세히 하지만 일부 민원인의 경우 십 수차례나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대출 연장을 못하면 사업이 고꾸라진다는 기업고객들의 하소연을 그냥 넘기기도 힘들다. 오랜기간 성실히 거래를 해 온 고객이기에 금리를 최대한 깎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지점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마진율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B은행 △△지점장은 "기업고객들 중에는 금리를 낮춰주지 않으면 다른 은행으로 옮기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면서 "은행이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우대해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기준금리 자체가 너무 많이 올라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들은 다행이다. C은행 △△지점에서는 대출금을 갚지 않으려고 사업체 정리하고 야반도주한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불안해진 경제 상황에 은행권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최근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에 대한 은행권의 역할 확대까지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출 리스크 등 당장 불투명한 경영여건은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에 환율까지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돼 한계기업뿐 아니라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어려워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오히려 한계기업의 경우 이전부터 충당금을 쌓는 등 리스크를 관리해왔지만 정상 기업의 경우 돌발 변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