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전자’ 우려까지 나왔던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다시 ‘6만전자’ 고지를 넘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수요 감소 등에 주가가 급락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매수’에 나서면서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공급 축소에도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택한 삼성전자에 대해 주가를 높여 잡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28일 오후 1시 16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19%(1900원) 내린 5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 소식에 주가가 장중 6만1000원까지 치솟았다가 5만9500원에 마감한 후 소폭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전자’도 위태로웠던 지난달과 달라진 모습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반도체 실적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 9월 30일 장중 저점 기준 52주 최저가(5만1800원)를 기록했으나 이후 약 11%가량 오른 상태다. 8월 말 이후 2달여 만에 ‘6만전자’ 고지 재탈환도 넘보는 분위기다.
‘외인의 귀환’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9월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8000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외인은 1조4000억 원을 사들이며 삼성전자를 단숨에 순매수 1위 종목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내내 ‘삼전 사랑’을 이어온 개미들이 참다못해 던진 물량을 외인이 쓸어담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9월 순매수 1위(1조9000억 원)로 사들였으나 이달 들어 순매도 1위(1조3000억 원)로 전환하며 투매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미 투자자들의 투매에도 이유가 있었다. 3분기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39% 감소한 10조852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 11조4305억 원을 5.1%가량 하회한 수치다. 삼성전자 실적의 70%에 달하는 반도체 부문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실적 발표 후에도 오히려 전망치를 높여 잡는 곳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6만7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이전 6만8000원 6만9000원으로 소폭 올렸다.
이외에 SK증권(7만5000원), KB증권(7만5000원), 유안타증권(9만 원), 대신증권(6만5000원), IBK투자증권(7만 원), BNK투자증권(7만7000원), DB금융투자증권(8만3000원), 신한투자증권(7만 원), 한국투자증권(8만3000원), 삼성증권(9만 원), 키움증권(7만3000원) 등 대부분 증권사는 기존 목표가를 유지 중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1곳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7만5250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경쟁 업체들의 반도체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확대를 결정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지배력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다운턴에서 경쟁사와 달리 감산 활동 없이 설비투자(CAPEX)를 오히려 확대하는 모습”이라며 “치킨게임 재개가 아니라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관련 우려로 주가 악재 시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이익 추정치를 상향하고 밸류에이션 기준연도를 내년으로 변경했다”며 “메모리 업체들의 2023년 Capex 축소로 2024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이로 인한 이익 증가폭이 이전 예상 대비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