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채안펀드 조성…“대형 증권사도 상황 어려워…공적자금 투입이 더 효과적”
단기자금시장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강원도는 보증채무 상환을 내년 초에서 올해 12월 중순까지 앞당긴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대출·차액결제 담보로 은행채도 받아주는 등의 자금난 우회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업계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분주하게 움직인 27일 증권사 채권 전문가들에게 단기자금시장 향방을 물었다. 먼저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원도의 채무 조기 상환 계획에도 단기자금시장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강원도는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로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 전액인 2050억 원을 오는 12월 15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21일 GJC의 변제 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를 늦어도 2023년 1월 29일까지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원도가 상환을 앞당긴 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는 조치로 이해된다”면서도 “크레딧 쪽에서 강하게 반응하지는 않고 국채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그림으로 강원도 상황과 별개로 크레딧 시장은 4분기 내내 리스크를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연히 상환해야 하는 것을 이제 와서 상환한다고 해서 시장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며 “본질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이다. 강원도가 상환한다고 해서 다른 사업들 PF가 좋아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ABCP 투자 기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강원도의 계획 자체는 아무 의미 없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넘어섰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보다 한국은행의 발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날 한은은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까지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대상 확대 기간은 11월 1일부터 3개월간이다. 한은이 담보로 인정해주는 증권은 주로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등의 국공채들인데, 한시적으로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도 포함해준 것이다. 은행은 한은에 은행채를 맡기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약 6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김준수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을 한은이 제대로 짚어 시장 심리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실제로 (회사채나 공사채) 물량이 축소되는 게 확인되면 스프레드가 축소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은행채나 공사채 스프레드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제한적 RP는 단기시장 쪽에서 유동성에 도움되는 요인이어서 차차 안정적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광열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 갈증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 달갑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이 한은에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중에는 갚아야 한다. 반면, 시중에 나간 돈은 받을 수 없다. 경기가 둔화하고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은행이 대출해준 것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PF 사업성이 좋아지지 않는 이상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논란이 되는 채안펀드 조성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전날 금융위원회와 증권사 CFO 간담회에선 제2 채안펀드 조성 방안 논의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회사별로 500억~1500억 원을 분담해 최대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한광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상환을 대신 해주는 것이니 디폴트를 방지해주겠지만,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며 “지금은 막아져도 내년까지 봤을 때 크게 효과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도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심리가 돌아서야 하는데, 정책 당국이라고 어쩔 수 없다. 억지로 시장 참여자들을 투자로 끌어드릴 순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수 연구원은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펜데믹 때 채안펀드 가동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채안펀드 효과보다는 공적자금이 시장에 들어가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 안에서 유동성이 도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이 자금을 출자해주는 것이 지금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