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겨울 에너지 대란 피하나…미국 가스값, 2년 만에 ‘마이너스’·유럽은 100유로 아래로

입력 2022-10-26 16:53 수정 2022-10-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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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천연가스 가격, -2.25달러까지 떨어져
팬데믹 이후 첫 마이너스
생산 급증·온화한 날씨에 이제 공급과잉 우려
유럽, 천연가스 재고 93% 확보
인플레도 한풀 꺾일지 주목

미국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가스값은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에 거래됐고,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100유로(약 14만 원)를 밑돌았다. 러시아가 가스관 밸브를 잠근 후 비상에 걸린 서방사회가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재고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한풀 꺾인 영향이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을 앞두고 서구권이 에너지 대란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 퍼미언분지 와하허브의 천연가스 익일물 가격이 100만 BTU당 마이너스(-) 2.25달러까지 떨어졌다. 불과 일주일 전 가격은 5달러 선이었다.

천연가스 인도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가스 생산업체가 구매자에게 웃돈을 주고 판매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제로(0)’ 밑으로 내려간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휘말린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에너지 대란으로 미국 가스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난방 및 발전소 연료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렸다. 미국 업체들도 오랜만에 찾아온 수출 ‘붐’에 힘입어 생산을 확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1월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은 21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9% 늘어난 수치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쇼크그룹의 스티븐 쇼크 설립자는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다”며 “생산자들이 웃돈을 줘야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대폭 증가한 반면 수송 차질이 길어지면서 공급과잉을 부채질했다. 미국 주요 가스 수출항만인 텍사스주 연안의 프리포트 액화석유가스(LNG) 터미널은 지난 6월 화재 발생 후 여전히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걸프만익스프레스와 엘파소 천연가스관도 유지보수에 들어가 천연가스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이 천연가스 재고를 90% 이상 확보하며 에너지 대란에서 한숨 돌린 것도 미국 가스값 하락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유럽의 가스 비축량은 저장용량의 93%로, 최근 5년 평균치를 웃돈다.

재고 증가로 유럽 가스 가격도 하락세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최근 6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00유로를 밑돌고 있다. 이날은 메가와트시(Mwh)당 99.794유로로 장을 마쳤다.

가스 소비가 예상보다 적은 점도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난방용 가스 수요가 줄었다. 겨울 이전까지 날씨가 따뜻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도 가스 수요 감소 요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0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47.1로 전달 48.1에서 떨어지며 4개월째 위축세를 이어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확장,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의 가스 가격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도 한풀 꺾일지 주목된다. 에너지 가격은 인플레이션 상승 주범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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