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정비사업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2차 정밀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는 단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간 재건축 ‘3대 대못’ 중 하나로 꼽혔던 안전진단에 관한 규제 완화 분위기가 번지자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안전진단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강동구는 지난 18일 명일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강동구는 앞서 9월에는 정밀안전진단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에 사업수행능력 평가서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용역의 입찰 기한은 31일까지로, 단지는 이르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정밀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이곳은 2018년 현지조사 결과 당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났다”며 “최근에 주민들의 정밀안전진단 요청이 있어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아파트의 노후·불량 정도에 따라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불린다. 최소 표본을 정해 맨눈으로 건물 노후도를 판단하는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를 통과하면, 최대 2차까지 진행하는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한다.
그간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건 적정성 검토로 불리는 2차 정밀안전진단이다. 1차에서 E등급을 받으면 곧바로 재건축할 수 있지만, D등급을 받으면 적정성 검토(2차)를 한 차례 더 받아야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적정성 검토 중 기울기, 내구력 등을 측정하는 구조 안전성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올렸다. 그러자 지난해 이 단계를 넘지 못하는 노후단지가 속출했고, 급기야 안전진단 절차를 미루는 단지도 나왔다. 정밀안전진단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현지조사부터 다시 진행해야 해 그만큼 시간적, 물질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명일동 한양아파트 역시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미뤘던 단지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안전진단 완화안을 발표하는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번지자 정밀안전진단을 다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 이외에도 도봉구 ‘쌍문한양1차 아파트’, 송파구 ‘올림픽훼미리타운’ 등도 올해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직 최종 완화안이 발표되기 전임에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성 아파트는 14일 적정성 검토 결과 D등급을 받아 최종 통과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월 현지조사 통과 이후 같은 해 8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은평구 불광 미성 아파트 역시 지난달 29일 적정성 검토에서 D등급을 받으면서 재건축의 물꼬를 텄다. 이 단지는 앞서 2020년에도 적정성 검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개선안을 연내 발표하기로 하면서 향후 정밀안전진단에 나서는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 수준으로 낮추고, 의무였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 재량에 맡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완화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 방안이나 적용 시기는 연말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