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영계, 법안 위헌성·파업 조장 우려 부각
야당·노동계 "합법 노조 활동 보장 차원" 반박
국회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재점화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의미를 규정하는 ‘프레임 전쟁’도 한창이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파업조장법’이라고 규정하며 위헌성을 문제삼자 야당과 노동계는 ‘손배폭탄 방지법’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법안의 법리적 논란 요소들을 지적했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고,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평등권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쟁의행위를 통한 요구의 관철을 부추기고 단체교섭 질서를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노동기본권 행사라는 명목 하에 명백한 불법 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으로 위헌적이고 노사 대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가세했다. 전경련은 17일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노란봉투법이 위헌 소지가 크고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근로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노조법과 충돌한다고도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큰데, 이로 인한 피해는 주주나 근로자, 지역 소상공인 등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21일 고용노동부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명시한 (해외) 사례는 찾을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폭력·파괴행위 외에 사업장 점거도 위법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노란봉투법에 위헌 논란이 있고,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경영계가 ‘불법 파업’ 공세 수위를 높이자 야당과 노동계는 ‘합법적 노조 활동’으로 맞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불법파업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합법적 파업에 대해서 손배소와 가압류 등을 남발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마치 정부여당은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파업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합법파업보호법, 제소남용방지법, 손배소남용방지법이다’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이 노동 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힘의 균형이 맞아야 적정한 노동에 대한 처우가 가능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정의당은 경영계의 주장을 반박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국가들은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제도”라며 ‘파업 조장’ 우려를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20일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간담회 자리에서도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부추길 거라며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의 본질을 지우기 위해 꺼내 든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자체 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헌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일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3조를 개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손배·가압류가 노조 활동 위축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 배상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법안”이라며 “이번에 공개한 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하기 위해 대표발의할 의원을 빠른 시일 내에 정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청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며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 8일까지 천막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