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98%였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1월에만 해도 1.65%에 불과했지만, 2월 1.70%, 3월 1.74%, 4월 1.87%에 이어 5월(2.02%)에 2%대에 올라섰다. 이어 6월 2.41%, 7월 2.93%에 이어 8월에는 3%에 육박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명목금리 중 하나다.
이런 저축성 수신금리 상승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 0.25%포인트(p)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모두 여덟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높아졌다.
아직 8월과 10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9월 이후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8월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4.4%나 오른 물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8월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2.98%)에서 물가 상승률(4.4%)을 뺀 실질금리는 -1.42%로 집계됐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대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성 수신금리가 상당폭 오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작년(-1.42) 등 세 차례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실질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질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2년 1.23%, 2013년 1.43%, 2014년 1.13%, 2015년 1.04% 등 1%대에 이어 2016년 0.48%, 2017년 -0.34%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8년 0.37%, 2019년 1.35%, 2020년 0.55% 등으로 1% 전후를 기록하다가 물가 상승이 시작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그나마 은행 예·적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 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000억 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