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그간 콧대를 높였던 강남권 보류지도 몸값을 낮추고 있다. 보류지는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어 부동산 틈새시장으로 꼽혔다. 다만 최근 매매시장, 경매시장 등 모든 곳에서 부동산 내림세가 짙어지면서 보류지 수요도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개포주공4단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4일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보류지 15가구에 대한 입찰 매각 공고를 냈다. 전용면적별로 △59㎡ 1가구 △78㎡ 2가구 △84㎡ 4가구 △102㎡ 2가구 △114㎡ 4가구 △185㎡P 2가구다.
이번에 나온 매물은 최저 입찰가가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평가다. 전용 59㎡형 최저입찰가는 2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입주권이 7월 20억3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00원 낮은 셈이다.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해도 낮다. 전용 84㎡형 보류지 최저입찰가는 27~29억 원으로 책정됐다. 바로 옆에 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같은 평형 현재 호가(집주인이 매도할 때 부르는 가격)가 29억~30억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신축임에도 최고 3억 원가량 저렴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집값 고점 인식도 여전해 부동산 매수심리가 줄어들면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총 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48건 대비 약 5배 줄어든 수치다.
다른 강남권 주요 단지들 역시 보류지 털어내기에 실패하고 있다.
서초우성1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8월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보류지 2가구에 대해 매각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조합은 앞서 5월에도 같은 매물에 대해 매각을 진행한 바 있지만, 처분에 실패했다. 조합에 따르면 당분간 매각 일정을 미룬다는 계획이다.
대치제2지구 재건축조합 역시 6월 강남구 ‘대치르엘’ 2가구에 대해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또 유찰됐다. 이곳 역시 앞서 4월에도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에 강북권에서는 이미 억 단위로 내린 단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원구 태릉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6일 태릉 해링턴플레이스 보류지 11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올해 들어 11번째 진행하는 매각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 보류지 최저 입찰가는 11억700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1차 매각 당시 13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3000만 원 낮아진 것이다. 전용 74㎡형과 전용 59㎡형도 1차 매각 대비 각각 1억2000만 원, 9300만 원 내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매 같은 경우도 낙찰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보류지는 현금으로 내야 해 자금 마련도 어렵고, 시장에 매물도 쌓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