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해태 적자 개선에 집중
국내 빙과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롯데제과와 빙그레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양사 간 점유율 격차가 겨우 2%포인트(p)에 불과하다. 시장 선두인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와의 합병으로 발생한 영업, 생산 등의 중복 요소를 통합하는 데 집중한다. 빙그레는 2020년에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의 흑자 전환에 힘을 쏟는다.
11일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에서 롯데제과 점유율(롯데푸드 포함)은 43.9%이다.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41.76%)을 2.14%p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국내 빙과시장은 오랫동안 롯데제과, 빙그레가 양분했다. 2020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을 1325억 원에 인수하면서 승부의 추는 빙그레에 기운 듯했다. 작년 기준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합산 점유율은 40.48%로 롯데제과(30.67%)보다 9.81%p 높았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롯데제과가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승기를 완전히 잡았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아이스크림 시장 성수기인 7~8월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상황에 따라서 빙그레가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
2%에 불과한 점유율 격차를 벌리고자 롯데제과는 사업 효율성을 강화한다. 우선 롯데푸드와의 합병으로 늘어난 빙과 영업소를 통폐합한다. 롯데제과는 올해 상반기 기준 63개의 영업소를 내년 말까지 43개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빙과 생산 공장은 시설 재배치를 통해 4개에서 2개로 줄일 예정이다. 또한 현재 81개인 빙과 브랜드는 59개로 통합한다. 상품 가짓수는 437개에서 244개로 축소한다. 생산력을 키우고자 자동화 시설 도입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영업손실 19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여파로 빙그레의 작년 영업이익(262억 원)은 전년 대비 약 34%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빙그레는 해태제과에서 물적 분할된 해태아이스크림 지분을 인수할 뿐 합병은 진행하지 않았다. 합병이 이뤄지지 않아서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은 각자의 영업소,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과 생산 중복으로 업무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방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빙과시장 정체는 두 업체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약 6561억 원으로 작년(약 6640억 원) 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데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가 계속 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독 많은 비 소식과 장마로 인해 올해 빙과 시장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