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육아 밀어주는데 왜 그만둬요?”

입력 2022-10-07 05:00 수정 2022-10-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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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전직원 육아ㆍ출산제도 시행하는 메디포스트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사실 일과 육아 병행하는 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회사 제도를 이용하면서 만족감도 높고 힘을 내서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거든요. " 곽지혜 메디포스트 세포특성연구팀 과장

"육아 관련 제도를 이용하면서 근무 시간을 줄여도, 그 줄인 만큼 업무를 더 몰입해서 하는 것 같습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부서 내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어요." 변영태 메디포스트 인사팀 과장

메디포스트는 제대혈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제대혈은 출산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인 탯줄혈액을 말한다. 연구 분야가 ‘출산’, ‘아기’와 밀접해 있다 보니 사내 출산-육아 관련 제도도 여느 기업보다 유연하다. 특히 출산-육아 제도를 전 직원이 이용할 수 있어 ‘기혼자이면서 육아를 하는’ 특정 직원만 제도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사전에 차단했다.

▲곽지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곽지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만난 곽지혜 과장과 변영태 과장은 출산-육아 제도가 활성화할 때 직원들의 업무 능률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곽 과장은 20개월이 채 안 된 딸을 키우는 주양육자다. 시차출근제를 이용하면서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시차출근제는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일찍 출근하면 퇴근 시간은 빨라지고, 반대로 늦게 출근하면 퇴근 역시 늦다.

곽 과장은 “부서를 보면 오전 8시 출근자도 있고, 오전 10시 출근자도 있다”며 “제도 이용을 통해 등원이나 하원 중 하나는 할 수 있도록 시간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대형 종합병원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에 메디포스트로 이직했다. 메디포스트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육아 관련 제도가 잘 돼 있다는 점이었다.

곽 과장은 “가정과 회사 중에 선택하게 되면 가정을 선택할 것 같으면서도 일은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메디포스트란 회사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을 때 육아휴직을 쓰는 거에 부담이 없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근무를 해보니깐 생각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회사 직원들 모두 시차출근제를 활용하고 있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사내용 메신저를 통해 출근 시간을 표기해 놓고 있어 업무 조율할 때도 상대방의 근무시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자리잡았다.

곽 과장은 “각자 메신저에 출퇴근 시간을 적어 놓는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출근자가 오전 10시 출근자의 근무시간을 확인하고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는 식이다”라며 “서로의 출근 시간을 기다리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분위기가 제도 정착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양육자가 아닌 일반 직원도 시차출근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의 교통 혼잡을 피하려고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비양육 직원도 있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곽 과장은 이처럼 제도 활용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업무 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곽 과장은 “회사원들은 이직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회사 제도를 이용하면서 만족감도 높고 힘을 내서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변영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변영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인사팀 소속인 변영태 과장은 근무 자율 관련 제도를 ‘양육자’에 한정하지 않고 전 직원이 사용할 수 있어 양육자와 비양육자간 갈등 구조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사고과 시스템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변 과장은 “상대평가, 절대평가 둘 다 장단점은 있는데 내부적으로 절대평가를 하는 게 형평성 차원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평가 제도는 그렇게 개선을 했다”며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니 육아 휴직이나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쓰는 직원들은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 과장은 출산-육아 제도 안착 배경으로 연구·개발이란 업무 특수성도 꼽았다.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직원들 스스로도 본인 연구·개발 업무에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출산-육아 제도를 사용했거나 사용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과장은 “직원들이 본인 연구·개발 업무에 성과를 내야 하는 게 있다 보니까 업무 몰입도가 강하다”며 “근무 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면 그 줄인 만큼 더 몰입해서 업무를 하는 것 같다. 근무 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부서 내에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그런 경우는 본적 없다”고 말했다.

▲곽지혜, 변영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곽지혜, 변영태 메디포스트 과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메디포스트 공장 현장 직원들의 경우 선택근무제를 쓸 수 있다. 변 과장은 “단위 총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중에 근무 시간을 조정하면 된다”며 “잔업이 많으면 10시간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6시간만 근무하는 등 총 업무 시간만 채우면 되게끔 정해져 있다”고 했다.

변 과장은 직원들에게 근무 자율성을 더 주면서 일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이는 곧 업무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무 시간에 대해 조금 더 자율성을 주고, 일에 몰입할 수 있을 때는 과감하게 일 하는 분위기를 권장하고, 직원 개인 사정을 돌봐야할 때는 돌봐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출산-육아제도 안착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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