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1년 만에 축소 직면
대만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안요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재택 수요가 아주 많았던 지난해 아이폰13 출시 당시와는 대조적인 환경이다. 애플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하위 기종에는 1년 전과 같은 반도체를 채용해 비용을 억제하는 등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의식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 행사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은 위성통신 기능을 도입하고 카메라 성능도 대폭 개선한 아이폰14 등 신제품들을 공개했다.
다만 하드웨어 진화는 전반적으로 소폭에 그쳤으며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가운데 발표회 전 관심을 끈 것도 아이폰14의 기능이 아니라 가격 전략이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최신 기종의 최저 가격은 기존 699달러에서 799달러(약 110만 원)로 높아졌다. 다만 이는 지난해까지 출시했던 작은 사이즈의 미니 모델이 라인업에서 빠진 영향이다.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은 모두 지난해와 같게 책정됐다.
다만 두뇌에 해당하는 ‘시스템 온 칩(SoC)’으로 불리는 반도체에 대해서 상위 2기종에만 새로 설계된 ‘A16’을 탑재했다. 하위 2기종은 13시리즈에 채택된 ‘A15’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의식한 애플의 고뇌가 엿보인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여기에 더 유의해야 할 것은 최근 한층 거세진 ‘강달러’다. 달러 강세 속에 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일본에서 아이폰 가격 상승은 더 현저해졌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지난해는 5년 만에 글로벌 출하 대수가 전년 실적을 웃돌았던 스마트폰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재택 수요가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후퇴 우려로 축소될 조짐을 보인다.
미국 리서치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대수가 전년보다 6.5% 감소한 12억70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격렬해지면서 애플은 중국에 집중했던 아이폰 공급망 분산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폰14는 애플 주력 신제품 중에서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즉 인도에서 처음으로 일부 물량이 생산된다.
다만 애플은 아이폰14 SoC에 대해서는 대만 TSMC에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이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애플에도 최대 위험요소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