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은 늘 감사하고 좋았지만, 차마 활자로는 옮길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욕설이 귓가에 박힐 때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구수하다 못해 팔팔 끓여진 사골 육수 같은 뜨거운 멘트에 마치 입천장을 덴 느낌이었다.
사장님들 저마다 정치적 견해는 조금씩 다르다. 42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각이 같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한데 내가 만나 본 사장님들의 의견은 대부분 “전 정부나 이번 정부나 똑같이 밉다”로 귀결됐다. 지난 정부는 길고 긴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 때문에 밉고, 이번 정부는 손실보전금 600만 원 등 약속이 달라져 싫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25일 그동안의 시혜적 지원에서 벗어나 기업형 소상공인을 육성하겠다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간 업계 전문가들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경쟁력 강화 정책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지속 가능한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사장님들의 멘트는 여전히 팔팔 끓는 사골 국물 같다. 사실 당장 하루 밥벌이가 중요하고 바쁜 사장님들에게 내일의 경쟁력 강화는 멀리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재료 관리부터 조리, 홍보, 고객 응대, 매장 관리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바쁜 일상 속에 꼼꼼히 미래를 말하는 정책을 챙겨보기는 쉽지 않다.
전경련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3시간, 월평균 휴무일은 3.8일로 조사됐다. 하루도 쉬지 못하는 사장도 21.0%에 이른다. 눈 붙이고 숨 돌릴 시간도 없는데 열심히 내게 도움이 될 정부 정책을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2020년에 개업한 경기도 용인의 한 사장님은 “요즘 뉴스만 보면 답답하고 우울해 잘 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발표 다음 날인 26일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세종 청사에 모여 손실보전금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벌써 4번째 집회다. 집회 신고 방법조차 낯설었던 사장님들이 600만 원을 받고자 국회와 용산, 과천 등지를 바쁘게 오갔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저 멀리 밝은 미래보다 과거의 약속을 지키는 오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