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혐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1심 집행유예

입력 2022-08-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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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교사 고의 있어…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보기 어려워"
"전직 경찰, 조직·계획적으로 특수직무유기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가 끝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가 끝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운전 중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재판장 조승우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경찰 A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법률 전문가인 이 전 차관은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운전 중에 이뤄진 폭행은 형법이 아닌 특가법을 적용받으니 진술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 삭제를 지시했다"며 "순수하게 언론에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막으려고 해당 발언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의 지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증거인 폭행 동영상을 삭제했더라도 증거인멸교사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전 차관과 지속해서 연락하며 경찰이 폭행 동영상의 존재를 아는 것 같으니 다음 조사에서 이를 보여주겠다고 고지하고, 경찰에게 왜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냐는 추궁을 받자 이 전 차관의 요구를 받아 그랬다고 답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가 실패한 것이라고도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전 차관의 동영상 삭제 요청에 부정의 의사를 표현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동영상을 삭제할 필요가 있냐,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말한 것을 보면 증거인멸은 아니어도 증거은닉의 승낙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함께 기소된 A 씨에 대해서는 "A 씨 단독으로 이 전 차관을 위해 폭행 동영상의 존재를 은폐하고 범행을 형법상 폭행으로 축소해 처리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면서 "조직·계획적으로 특수직무유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이틀 뒤 택시기사에 연락하면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합의금 1000만 원을 건네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사건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운행 중인 대중교통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고, 이 경우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필요하지 않다.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A 씨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재판이 끝난 후 항소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 전 차관은 "변호사와 상의해 대응하겠다"면서 "A 씨에게 무죄 선고가 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축하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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