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자국 보호를 위한 법안 추진과 관련해 독일 등 유사 피해국과 공조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언급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양자 협의 후 검토할 예정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두 법안이 국내 업계에 줄 수 있는 피해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다.
이 장관은 업계를 향해 두 법안에 대한 정부의 그간 대응 방향을 전달하고, 주변국과 공조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미국의 법안 통과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이 장관은 두 법안에 대해 "첨단 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국내 정치 요소, 중국 디커플링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우려가 큰 만큼 민관이 상시 소통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산업부 주도로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독일, 일본 등 유사 피해국과 공조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장관은 "WTO 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자세히 검토하고 유럽연합 등 유사 입장국과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당분간 미국과 긴밀한 협상을 통해 한국을 두 법안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당장 8월 중에 산업부 실장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중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앞서 이 장관이 언급한 WTO 제소는 신중히 추진한다. 먼저 WTO와 FTA 중 어떤 게 분쟁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특히 WTO 제소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양자 협의를 우선 진행한다. 산업부 통상 담당 관계자는 "분쟁절차는 국가 간 해결방안의 최종단계로 얘기한다"며 "일단 미국 정부랑 최대한 협의하는 것이 일차적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자 협의를 통해 우선 해결할 방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미 FTA와 WTO 규정 중 어떤 분야가 어긋날 가능성이 있는지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이번 달 미국 상하원을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서명한 법안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까지 지원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본래 중국 견제 의도로 만들어졌으나, 중국산 광물 등을 사용하는 국내 업계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 진행 기업에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를 주지만,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 내에 신규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건이 생기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