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빅스텝’ 효과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가 기대치를 밑돈 점 등은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낮출 수 있는 지표들이다. 다만 최근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추석 밥상 물가가 치솟으면 앞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더 나빠질 수 있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3일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소비자동향조사에서 눈여겨볼 부문은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2월 2.0%를 기록한 후 15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4월 3.1%로 3%를 넘겼고, 5월 3.3%에 이어 6월 3.9%, 7월 4.7%를 찍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은 지난달 13일 '빅스텝'(한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빅스텝 효과가 반영된다면, 8월 기대인플레이션은 상승세를 멈추거나 상승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 발표 후 백브리핑에서 “이번 달 한은이 빅스텝을 진행한 시기와 조사 기간이 겹치지만, 응답자의 70~80%가 금통위 이전에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빅스텝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CPI)가 시장 기대치보다 밑돌며 인플레 정점 가능성이 커진 점도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지난달 소비자물가(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올랐다고 밝혔다. 198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달(9.1%)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고, 시장 컨센서스였던 8.7%도 밑돈 수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주관적 전망이지만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제지표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가격, 투자 결정 등에 반영되면서 실제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임금 인상 부담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서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통해 고(高)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물가와 임금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현상이 더 뚜렷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에 따른 고물가 상황 고착화를 막기 위해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조치에 나설 것이란 방침을 수차례 밝혔고, 지난달 빅스텝도 단행한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이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최근 전국적인 폭우 피해다. 정부는 지난 12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이번 폭우로 농산물 침수·낙과 879헥타르(ha), 가축 폐사 8만6552마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추석 밥상 물가도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말 기준 20대 추석 성수품의 평균 가격이 지난해 추석 기간과 비교해 7.1%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편, 25일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이 유력하다.
임재균 KB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7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3%로 고점을 높여갔지만, 컨센서스에 부합하면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작아졌다”라며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8월과 10월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최종 기준금리가 2.7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