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9일 오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김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에 관한 보고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참사 보고 관련 국회에 서면질의답변서를 제출하면서 허위 내용이 담긴 공문서 3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었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 변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답변서에는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시시각각 20~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사고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서면 보고서를 받은 뒤 오전 10시 15분께 김장수 전 실장과 통화하면서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당일 오전 10시 20분께 박 전 대통령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했고, 첫 전화 보고는 10시 22분 이뤄진 것으로 조사했다. 또 답변서 초안에는 '부속실 서면보고'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김 전 실장에 의해 '대통령 실시간 보고'로 바뀌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1심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한 점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는 이들이 당시 국가안보실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김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려고 애매한 언어적 표현을 기재해 허위적 사실을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전 비서실장의 답변서가 직무상 작성된 공문서에는 해당하지만 허위 내용의 문서로 볼 수는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답변 내용 중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ㆍ무선으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라는 사실관계를 밝힌 부분은 실제 대통령 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객관적 보고내역에 부합해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또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김 전 비서실장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사실확인에 관한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봤다.
한편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이날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