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GV70전동화' 현지 생산
2025년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업계 "전동화 계획 앞당겨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최종 서명을 하며 전기차로 체질 개선에 나선 완성차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부터 적용될 IRA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의 원자재를 사용하고, 미국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만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 등에 7400억 달러 규모의 지출 계획을 담은 IRA에 서명을 마쳤다. 이 법안에는 기존에 업체별로 연간 20만 대까지 지급하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기존 20만 대로 제한되던 보조금 지급 한도가 사라졌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대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경우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배터리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배터리를 탑재한 경우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되며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이밖에 중국 등 미국의 비우호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내년부터 적용되는 IRA는 노골적으로 ‘미국산 원자재를 사용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로서는 비상사태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아이오닉 5, EV6 등 주력 전기차 모델을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3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지만 월 150대 수준의 소량 생산에 그친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지금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미국 시장의 전동화 전략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 10일 미 하원에 ‘한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도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으나,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전동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IRA에 앞서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까지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기아는 내년 하반기부터 EV9은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IRA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맞추면서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지 생산을 지금 계획보다 늘리는 등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떼놓고는 전기차 선도를 논할 수 없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 모두 기존의 계획을 앞당기든, 추가 생산을 발표하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