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의미 없다" "일희일비 안 한다" 태도 바꿔 낮은 자세 취해
박순애 경질설 등 인적쇄신 질문에도 "국민의 관점에서 조치 이행"
중국 보복 우려 칩4 참여 질문에 "국익 잘 지켜내겠다" 의지 보여
그러나 '이준석 내부총질' 문자는 입 다물어…"홍보수석 입장 충분"
윤석열 대통령은 8일 휴가 뒤 업무복귀 첫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휴가 전 논란이 일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겨냥 “내부총질”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휴가 복귀 소감 질문에 “지난 선거와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부족한 저를 국민들이 불러내 어떨 땐 비판하고 어떨 땐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국민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가지고,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세심히 살피고 초심을 지키며 받드는 거라고 휴가기간 더욱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역대 최저 지지율인 24%를 기록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2~4일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됐던 시기 지지율인 25%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동안 지지율에 대해 시큰둥했던 태도와 달리 자세를 한껏 낮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지지율 하락세에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바 있고, 지난달 말 정부·여당 인사들과의 식사자리에서도 지지율이 0%가 나오더라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서도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고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지는 질문에도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질설 등 인적쇄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정 동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며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살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사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이처럼 훌륭한 사람을 봤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윤 대통령이 ‘국민의 관점’에서 조치하겠다며 재차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칩4(Fab4) 참여에 대한 질문에는 “국익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정부부처와 논의해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답했다.
칩4는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 견제 성격의 반도체 동맹으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겨냥해 “내부총질”이라고 비난한 문자메시지 논란에 대해선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을 키워 여당 내홍을 악화시켰던 악재인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자 논란에 대해선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난주 입장을 내 일단락 된 만큼 대통령이 직접 또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