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 및 확장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기업 성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뿐더러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정책포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 신규 신청을 중지하고 현 지정 업종에 대한 해제 시기를 예시해 점진적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지정제도(적합업종 제도)는 특정 품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 및 확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다른 선진국에서 운영하지 않고 있는, 보편적이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의 생산 및 고용 활동은 위축됐지만, 중소기업의 활동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8~18년간 전체 품목 출하액 대비 적합업종 품목 출하액의 비중을 보면, 대기업은 1.2%에서 0.5%로 절반 이상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7.9%에서 7.6%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KDI는 2011년에 적합업종제도가 시행되고 처음 지정된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업체를 분별해 적합업종제도가 사업체의 성과 및 생산 활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체의 퇴출확률은 유의하게 낮아졌으나, 대부분의 성과 및 투입 지표에서 해당 품목을 생산하지 않는 사업체에 비해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체의 1인당 인건비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업종 사업체들이 기존 고용에 대한 임금수준을 상대적으로 높이지 않았거나 신규 고용에 대한 임금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적 중 사업체의 퇴출확률을 낮춰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의 보호 역할은 했지만, 중소기업의 성과 혹은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의 확장 혹은 진입을 제한하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서도 중소기업의 성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를 통해 제도 운영의 실효성이 낮다고 진단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의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의 성장 저해, 품목 지정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및 자원 배분의 효율성 하락, 소비자 후생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업 규모만을 기준으로 특정 업종에서 생산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는 의도치 않게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되면 제도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중소기업에 머무르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는 점도 제도의 역효과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들이 고용 창출 및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 신규 신청을 중지하고 현 지정 업종에 대한 해제 시기를 예시해 점진적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며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하고 불공정행위를 실효성 있게 규율하는 대책을 마련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동반성장정책의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