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게임학회)이 P2E(Play to Earn) 게임이 게임산업의 미래라는 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업계가 P2E 게임에 집착하기보단 확률형 아이템과의 고리를 끊고 ‘게임’ 자체로 승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업계와 협회가 판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게임업계가 P2E가 게임산업의 미래라는 말을 자주했다”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이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2E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엑시인피니티’도 게임으로서는 수명을 다 해가고 있다”라면서, “미르4(위메이드의 P2E게임) 이후 진입한 게임은 별로 성공한 사례가 없고,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동남아를 제외하곤 찾아볼 수 없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P2E가 코인시장과 연동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엑시인피니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엑시인피니티의 코인들도 폭락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테라·루나 사태가 치명상이었다”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블록체인과 코인 그리고 이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주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로 인해 P2E 게임에 대한 불신도 함께 켜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위 학회장은 정부 규제가 P2E게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에서 P2E게임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과의 고리를 끊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면서, “현재로선 P2E는 코인과 확률형 아이템을 팔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P2E가 유저를 착취하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 위해 완전한 무료화(Free to Play)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에 있었던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게임업계 간담회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그는 “간담회에서 장관의 답변은 게임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면서, “장관은 P2E와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지적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개최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관이 이후 게임산업에 접근할 때는 더 잘 알고 접근하면 좋겠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편, 위 학회장은 중국 판호와 관련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판호를 내주지 않는다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부처인 산업부와 협력해야 한다면서, “판호는 불공정 무역 이슈라 미국도 관심이 가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부터 게임 시장 내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는 등 중국의 게임 정책에 적극 대응해야 함을 주장해 온 바 있다.
또한 중국 기업 ‘텐센트’가 한국게임협회 이사사가 된 것에 대한 유감도 드러냈다. 그는 “협회는 한국 게임사의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텐센트를 이사회로 받아줬다”라면서, “향후에 이런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이사사로서 협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관련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판호 문제에 대해 업계와 협회가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산업계가 왜 판호에 무관심한지 정말 모르겠다”라면서 “관련 토론회 등을 개최해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개별 기업이 중국 눈치 때문에 나올 수 없다면, 협회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