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적단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향후 송 전 대표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을 수사한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11월경 송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했다.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지난해 10월 송 전 대표를 만나 27분 동안 면담한 뒤 그 내용을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국내정세 동향을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국가보안법상 간첩 협의를 적용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서면조사 질의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통상 검찰 조사는 소환 조사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송 대표가 피고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으며, 집권여당 대표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점을 고려해 서면조사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 전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원하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역할 중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실제 여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경우는 검찰 역사상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원들이 송 전 대표와 면담 것과 관련해 향후 재판에서 진술이 엇갈리면 송 전 대표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신청한 참고인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동의해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데,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야하기 때문이다.
재판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월 5일 중단됐던 재판은 수개월 만에 재개됐으나 이번에도 공전을 반복했다. 19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은 변호인 사정으로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이날 검찰은 재정증인신문을 준비했지만 피고인 측과 협의되지 않아 불발됐다. 이후 검찰은 증거 영상 원본과 이를 캡처한 사본 사진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작업인 ‘해시값 검증’을 시도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인이 갑작스레 개인 일정을 이유로 오후 재판 참여가 어렵다고 밝혀 무산됐다.
이 외에도 양측은 여러 사안마다 신경전을 벌였다. 피고인 측의 압수수색 영장 공개 요구에 검찰은 “피고인에게 제시했던 검찰 내 서류들이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배포됐던데 이 부분은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압수영장은 중요한 서류인데 이번에도 또 똑같이 블로그에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맞섰다.
검찰의 신속한 재판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신속한 재판이라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인데 왜 검사가 강조하며 재정증인 방식으로 증인을 신문하려하는지 알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간첩행위를 한 이적단체라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4년간 충북 지역에서 활동하며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가기밀 탐지, 국내정세 수집 등 각종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을 구속하고 9월 재판으로 넘겼으나 이들 네 명 중 박모 씨와 윤모 씨는 올해 6월 구속기간 만료와 보석 등 이유로 석방됐다. 이후 검찰 측은 이들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며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들에 대한 보석과 검찰의 항고로 재판은 수개월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송 전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송영길 측 관계자는 “그분들(충북동지회)이 국회 외통위원장실에 와서 사진을 찍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어떻게 만나게 됐느냐는 내용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외통위는 늘 민원인이 방문하고 민원에 의해 면담하는 것”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말할 게 없다고 대답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