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해법 찾아라] ② 기존 이론 안 통하는 현 상황…새 물가이론 찾아라

입력 2022-07-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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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충격에 사실상 작년부터 시작
100년전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공급발 충격
정부 막대한 지원서 비롯된 ‘재정 인플레’라는 분석도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는 원인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맞물리면서 서구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시작했고,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경제학 측면에서 다뤄져 왔던 물가이론으로는 충분하게 설명할 수도,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통적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인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본의 경우 만성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주변국으로부터 인플레이션 물결이 밀려오는 이상 현상을 겪고 있어, 이 역시도 전통적인 이론만으로는 해법을 모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해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물가 이론은 무엇일까.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물가이론을 재검토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새로운 이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특이한 상황으로 간주하는 ‘재정적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인플레이션’으로 간주하는 이론에 주목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전쟁 자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론의 주요 논거다. 이에 따르면 자연재해를 계기로 발생한 특이한 인플레이션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존 코크런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 현상을 ‘재정적 인플레이션’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던 시기에 미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해 가계나 중소기업 등에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렇게 지급된 돈은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사용되지 않다가, 감염 확산이 누그러진 시기에 한꺼번에 소비로 쏠리게 됐고, 그 결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는 것이 코크런 연구원의 설명이다. 코크런 연구원은 이러한 종류의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사라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팬데믹이 촉발한 ‘공급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는 이론도 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100년 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발생했던 인플레이션에 주목했다. 당시에도 전염병 확산 영향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감염병 확산으로 이직자가 늘고,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어 재화와 서비스 공급이 급감, 이는 곧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오스카 호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정책 고문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교수도 올해 1월 ‘팬데믹의 장기적 경제적 결과’라는 논문을 통해 전염병의 경제적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으며 배로 교수의 진단과 궤를 같이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과의 유사점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지만, 1970년대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당시는 유가 상승이 아니라 자금의 과잉 공급에서 비롯된 매우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이어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전통적인 대응책으로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데 기존 공식대로 수요로 대처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현 상황과 맞는 새 물가이론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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