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수사부서가 살펴보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형사부로 옮겨졌다.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사건 분배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잘 드는 칼’인 형사부에 사건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에 배당했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고발 사건을 형사1부(박혁수 부장검사)로 재배당했다. 해당 사건은 2017~2018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전 정부 인사들이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이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해 검찰은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다.
‘특수부’ 성격인 반부패수사부에서 살펴볼법한 사건이 형사부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반적인 사건 배당 과정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부에 쏠린 사건들을 다른 부서로 재분배했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반부패수사부서에 유독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최근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재개정으로 사건을 분산시킨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사건은 주로 ‘직권남용’ 관련 혐의를 다루는데, 형사부서의 ‘수석격’인 형사1부가 직권남용 관련 사건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반부패수사부서는 ‘작정하고 수사하겠다’, 형사부는 ‘단순 사건으로서 엄중하게 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이뤄진 검찰 인사를 두고 전 정권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특수부 검사들을 전진배치하며 반부패 수사역량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에 비교적 무난한 이미지의 형사부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다만,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반부패수사부에 있어야할 사건을 형사부로 옮긴다고 수사에 힘을 뺀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형사부는 ‘잘 드는 칼’로 표현된다. 장관의 ‘심복’에 해당되는 이들이 중앙지검 형사 부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반부패수사부서에서 굳이 형사부로 옮긴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사건 역시 비중이 크지만, 이보다 더 큰 사건이 반부패수사부서에 배당될 예정이거나 살펴보는 중이기 때문에 형사부서로 밀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