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금리상승 등 리스크 상황을 대비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 실태점검을 꼼꼼하게 해 금리·환율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한 정책대응과 하반기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리스크요인에 대해 점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박래정 LG경영연구원 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스태그플레이션)했던 오일쇼크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전반의 공급 부족에다 수요급증이 가중되고 전 세계 가치사슬이 상·하류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위기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Unheard-of Perfect Storm)이 밀려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주 1994년 이후 최대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세찬 비바람 속에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심경으로 최선의 준비를 다 하고자 한다"며 다가오는 리스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기비행(計器飛行)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계비행(視界飛行)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 원장은 "건전성 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회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금리·환율 급등으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및 회사채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 실태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환 수급 여건 악화로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금리인상 충격으로 금융회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이 원장은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고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며 "금융시장 이상징후 조기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긴급 시장 지원방안도 준비해 위기가 현실화될 때는 속도감 있게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지원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정부의 규제혁신 방침에 적극 동참해 금융규제 혁신지원 TF를 운영하고 금융규제 혁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민・취약계층이 금리인상,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과도한 상환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올 하반기 중 우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와 함께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감독당국의 면밀한 점검 및 선제적 대응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