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전 56개 가운데 절반가량 멈춰
원전 총 발전량 1993년 이후 최저치
독일, 석탄 발전소 재가동 긴급조치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유공장의 약 3분의 1이 ‘놀고’ 있다. 중신동방금융투자(CITIC 퓨처스)는 10일 기준 국영기업들의 정유공장 가동률은 71%라고 밝혔다. 국영기업들은 정유시장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소규모 민간 정유기업들의 가동률은 이보다 적은 64%에 불과했다.
중국 정유공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이유는 당국의 입김 탓이 크다. 중국 정부는 정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있다. 수출은 쿼터제로 통제하고, 탈탄소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후에는 수출 할당량을 더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중국 세관(해관총서) 분석 결과 2021년 휘발유·경유·항공유의 하루 수출량은 121만 배럴로 2020년 말 중국의 총 석유 정제 능력의 7%에 불과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여파로 국내 수요가 급감했지만, 당국은 수출 할당량을 오히려 낮췄다. 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의 석유 정제제품 수출 할당량은 1750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2950만 톤에 턱없이 못 미친다.
중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코로나 이전부터 정유공장 투자를 늘려왔다. 정제능력도 대폭 확대됐다. 실제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정제능력은 2020년 말 하루 1750만 배럴에서 2025년 하루 2000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2020년 석유 정제 능력은 하루 1814만 배럴이었다. 중국이 정유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세계 에너지 수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수석 석유 분석가인 제인 셰는 “중국은 지난 3∼5년 동안 정유 능력을 크게 확대됐지만 수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 2위 원자력 발전 대국인 프랑스는 잇단 원전 가동 중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56개 원전 가운데 부식 검사와 수리, 점검,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절반가량이 멈춰 섰다.
그 결과 최근 프랑스 원전 발전량은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감했다. 프랑스에서 원전은 전체 발전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올 겨울 부분 정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이면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비상에 걸렸다. 유럽은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분의 1을 원자력으로 충당하는데, 이 중 프랑스가 생산하는 몫이 절반이 넘는다.
독일은 러시아가 지난 15일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공급을 60% 줄인다고 통보한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에 역행하는 조치에 나서게 됐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석탄 의존도를 높이게 돼 씁쓸하지만,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며 “석탄 사용을 늘리는 건 시장 상황을 반영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 전망이 악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전쟁이 수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