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로 가는 금산분리]② “은행-빅테크 기울어진 운동장”...기준은 어디에?

입력 2022-06-19 10:56 수정 2022-06-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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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만 족쇄는 불합리” vs “빅테크 규제 정비 우선”
전문가들이 바라본 ‘금산분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금산분리는 해묵은 규제.’ 이투데이가 만난 전문가들은 이 명제에 공감했다. 금산분리는 1982년 대기업이 민영화된 은행의 지분을 8%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은행법이 개정된 후 40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금산분리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산분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보다 높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역차별’을 주장하던 기존 금융사들은 이종산업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로 등장할 금융·산업 복합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을 두고는 전문가 간 의견이 갈렸다. 해당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을 산업의 기준에 은행을 맞출지(상향 평준화), 은행의 기준을 산업에 맞출지(하향 평준화) 생각을 달리한 것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디지털 금융이 발전하면서 빅테크, 핀테크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며 “빅테크는 금융사가 아니면서도 유사 금융, 은행업을 부분적으로 영위하고 있어 비대칭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네이버 파이낸셜은 우리은행, 미래에셋캐피탈과 연계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주고 있다.

정 소장은 “금융사는 비금융 사업이나 업무 쪽 진출이 엄격하게 제한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실정”이라며 “빅테크는 금융과 비금융에 걸쳐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결합해 시너지 내는 융합형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사가 모든 걸 다 하게 해줄 순 없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다양한 디지털 금융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소비자 효용을 촉진하는 쪽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를 하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기존 은행-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로 단순화할 건 아니라는 시각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쟤네처럼 하게 해달라’라는 차원에서 볼 게 아니다”라며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영위한다면 이에 합당한 감독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문제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디지털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규제 감독의 틀이 충분하지 않은 면도 있어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산분리가 영구불변한 가치가 아니라서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한 후 (완화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며 “금융은 특정 부분에만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골고루 배분하는 실핏줄처럼 퍼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는 현실화됐다. 동양그룹은 부도의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내세워 일반 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 원대의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발행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이 투자자에게 상품을 팔며 설명을 누락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일부 확인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들을 위한 규제 완화(움직임)는 산업자본의 급격한 금융 접근에 따른 반사작용”이라고 진단했다.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은행의 고유업무를 침범하려고 하자 기존 금융권이 반발해 당국에서 나선다는 뜻에서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에 앞서서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빅테크의 금융 접근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먼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 공정거래 차원에서의 사회적인 평가와 새로운 규율 부과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종합적으로 보면서 이 문제를 판단하고 규제 체계를 설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의 방향이) 무조건 (모든 업종에 대해) 금산분리 완화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한해 우선해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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