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업체 라임의 운영 중단을 두고,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15일 라임이 한국시장에서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국내 공유킥보드 업체 10여 곳은 비공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곧 조직될 PM(Personal Mobility) 협회 운영과 관련, 앞으로 규제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라임은 글로벌 1위 업체이자, 한때 국내에서도 MAU 1위를 앞다투던 업체라 업계에서 라임의 운영 중단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공유킥보드 업계 관계자 A 씨는 “해외 업체의 경우 주요 결정을 본사에서 내리는데, 국내 (규제)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헬멧 착용이 의무화 돼 업체 부담이 커졌고, 지자체마다 다른 주차 수거·운행 규정 등은 혼란을 가중 시켰다. 이는 사용자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MAU가 22만 명을 넘었던 라임의 올해 5월 MAU는 8만3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2.6%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건 라임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기반 뉴런모빌리티는 지난 겨울 이후로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윈드’는 지난해 10월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국내에 출시한 버드의 경우, 3만 대 증차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운영 대수가 1000~2000대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업체는 계절적 요인과 거리두기 활성화로 지난 겨울의 하락세를 회복하고 있다. 올해 2월 MAU가 24만 명까지 떨어졌던 지쿠터는 올해 5월 45만1304명으로 회복했다. 이는 지난해 5월 44만 1481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킥고잉 역시 2월 8만6000명 대에서 5월 16만 명대로 MAU를 회복했다.
올해 초 300억 대 투자를 받아 대규모 증차로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는 스윙의 경우 지난해 5월 9만7000명에서 올해 5월 18만 2345명으로 MAU가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회복세이지, 성장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킥고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이용량 자체는 조금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며 날씨가 많이 풀린 계절적 영향과 최근 거리 두기도 해제되면서 대중교통 택시 대란 등 때문에 이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락가락 규제도 문제이지만, ‘킥라니’라는 시민 인식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킥라니는 전동 킥보드와 동물 고라니를 합친 말로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다른 차량을 위협하는 일부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다.
공유킥보드 업계 관계자 B 씨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불법 주차 등으로 민원이 제기되다 보니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계상으로는 킥보드 사고율이 자전거보다 낮은 데,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보도가 된다. 킥보드는 위험하기만 하다는 인식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 씨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부분 직원이 100명 안팎이라 규모가 작은 데도, 대관 담당자가 있다”며 “우리도 지방 선거 이후 지자체 별 실무 담당자가 누군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말했다. 이어 “지자체 별로 다른 규제를 일률 정리할 PM법이 하루빨리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