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후반부, ASML 본사 방문…M&A 전문가 동행 가능성
해외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재 네덜란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달 7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먼저 독일을 찾아 자동차, 반도체 분야 기업들과 사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SDI 최윤호 사장 등 경영진과 BMW 등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와의 추가 협력을 끌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후 프랑스로 이동해 AI(인공지능) 랩을 격려차 방문하고 완성차 업체, 이동통신사 등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AI 연구개발(R&D) 허브로 2018년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현 삼성반도체혁신센터) 산하에 설립된 파리 AI랩은 이 부회장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 의지가 반영된 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AI랩은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AI 분야의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곳으로 이번 출장을 통해 현장 점검을 했을 것”이라며 “르노, 오랑쥬 등 프랑스 현지 업체들과도 여러 사업 논의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중반을 넘어서며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도착했다. 이곳엔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 본사가 있다.
반도체 초미세(나노)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는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고성능 EUV 장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ASML 본사를 찾아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안정적인 장비 공급 등 여러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EUV 장비 확보를 위해 직접 ASML 본사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인수·합병(M&A)과 관련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한 M&A 대상 업체로 거론돼 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가 이곳에 있다.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조직인 SSIC는 삼성전자 DS 소속으로 개편돼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2017년 삼성전자의 8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합병 건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이 손영권 당시 SSIC 센터장(현 삼성전자 고문)이다.
지난달 초 선임된 치사리 SSIC 센터장은 과거 퀄컴의 NXP 인수 자문 경험이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SSIC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치사리 센터장이) M&A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행보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